[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① 마을살림공작소 류은덕 대표
상태바
[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① 마을살림공작소 류은덕 대표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19.12.14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식과 체험을 선물하는 인큐베이팅 공간"

- 결혼이주여성, 청년, 경력단절 여성의 배움터
- 소소하지만 확실한 감동 주는 기록의 즐거움
- 시장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우물 역할 기대

# 환경, 예술, 사람의 회복을 돕다

"마을살림공작소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일자리를 만들고 돌보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환경과 예술, 사람의 회복을 통해 행복을 전파하는 일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죠. 마을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공작소입니다."

  마을살림공작소 류은덕 대표는 단체 이름 가운데 '살림'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했다. 각자 다른 인식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지만 쉽게 체험을 통해 희망을 품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이주여성, 청년인턴 등 다양한 구성원들은 마을 속 공간에서 삶을 나누며 회복을 경험했다. 개인에겐 성장, 마을에겐 회복의 시간이었다. 2017년 행정안전부 마을공방 일자리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때까지 참 많은 일을 했다. 복합커뮤니티케어, 카페창업과 바리스타, 다문화인식개선과 예술교육, 친환경제품 개발과 자원재생, 문화예술기획까지 광폭행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복합문화공간은 비즈니스 모델로 기획됐다. 마을 되살림을 위해선 사람이 모여야 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했다. 시작은 소소했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점토를 만들었다. 환경과 예술의 융합 패러다임인 환경예술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해 1기를 배출하기도 했다. 커피클레이는 비즈니스 공간이면서 공유공간이었고 마을의 거점공간이기도 했다. 생활창작예술가, 기업인, 사회적경제 영역의 활동가들에게도 마을살림공작소는 기꺼이 전시 판매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제가 대표 맡기 전에 4개월 정도 주변 시장조사를 한 것으로 알아요. 그때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시장 사람들과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공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죠."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해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주체들이 있으면 기꺼이 상담과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도 청년인턴십과 사과를 뜻하는 드림애플이라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팀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류은덕 대표는 마을살림공작소가 시장 인근에 처음 공유공간을 열었을 때의 취임인사를 잊을 수 없다. 공간이 마을의 공동우물 같았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개인 소유가 될 수 없는 공간, 모두가 가꿔야 하는 공간,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 언제나 넉넉하게 내어줄 준비가 돼 있는 우물 같은 공간이길 바랐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살림공작소를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했고, 꿈을 되찾았다.

 

# 시장 마을에서 사람을 주목하다

  중앙시장에 공간을 마련했을 때, 단체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상업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거주지 중심이 아닌 공간에서 마을을 언급하는 게 마땅하냐는 지적이었다. 그때마다 분명하게 말했다.

"제 생각은 달라요. 시장도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어요."

  류은덕 대표는 시장보다 사람을 주목했다. 손님을 버려두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상인들은 드물겠지만 그래서 상인들에겐 깊은 휴식을 선물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공간은 사람을 불러 모았고, 사람과 사람은 더욱 풍성한 관계로 이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물건 판매량도 증가했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류은덕 대표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혼자 와서 쉴 수도 있고 회의를 해도 좋은, 어머니 품 같은 공간을 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예술전문가 양성과정과 세계문화 예술 지도사 양성교육 등 일자리를 위한 강사양성교육을 비롯해 진로직업체험, 문화여성 세계음식 케이터링 등의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주민들은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직접 네트워크를 조직했고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공간을 통해 꿈을 발견하고 희망을 키웠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6~7년 동안 경험을 쌓아온 마을살림공작소 팀장들은 뚜렷한 사회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 경력이 단절된 여성,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떨쳐낼 도전의 장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지역 네트워크 안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공유공간이라고 부르는 복합커뮤니티케어공간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했지만 가장 의미있었던 것은 개인의 회복과 마을의 회복을 지켜봤다는 거예요."

  건강한 마을에선 아이들도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이 원활하면 공통의 문제를 찾기도 쉬울 것이다. 공동우물과 같은 공간이 마을마다 만들어지면 어떨까. 부모님 세대에 활발했던 협동조합 문화를 되살려보자.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마을살림공작소가 두 번째 복합커뮤니티케어공간을 마련하려는 것도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류은덕 대표는 발달장애가족을 위한 예술치유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차별적 시선으로 충분히 삶을 누리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놀이를 통해 예술을 통해 삶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

 

# 마을미디어는 '나비효과'입니다

  마을살림공작소가 올해 잡지 '나비효과'를 창간했다. 주부들이 미디어교육을 받고 중앙시장 인근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사업 제목은 '주부 독립선언! 주부 기자단!'이다. 주부라고 하니 남자는 참여할 수 없는 것이냐는 문의 전화도 있었다. 처음부터 제한을 둘 생각이 없었다. 여성만 주부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공동체를 돌보고 운영하는 사람은 남자일 수도 있다. 가정살림, 마을살림의 주체들이 바라본 마을 이야기를 잡지에 담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자는 없었다. 교육은 호응이 높았다.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마을의 매력을 재구성하고 보물을 찾듯 숨은 이야기와 명소를 찾아 잡지에 담았다.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주부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잠시 미뤄뒀던 꿈을 발견하게 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모든 과정을 류은덕 대표는 '성장의 순간들'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도 편집도, 글쓰기조차 모두가 초보였지만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컸다. 류 대표는 "중앙시장 상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가장 좋았다"고 했다. 시장 안에 있어 마을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들조차 시장 마을 사람들 얘기에 흥미를 가졌다.

  마을미디어가 나비효과처럼 공동체 회복을 도울 것이라는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사람을 주목하니 또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였고 연결된 관계에선 훈훈한 정이 흘렀다. 공간이, 잡지가, 시장마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 마을의 변화는 낙관해도 좋을 것이다. 풍성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어르신과 상인들은 옛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듯 잡지를 통해 마을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마을살림공작소는 주부기자단이, 그들이 만든 마을잡지 '나비효과'가 감동 배달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비효과는 시작됐다.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당사자들도 주부들이었다. 기획회의를 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에 참여하면서 부쩍 성장한 서로를 확인했다. 흐뭇했다.

"잡지 창간은 청년들에게도, 결혼이주여성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말로만 듣던 마을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면서 자존감과 함께 성취감도 생겼죠. 내부의 변화가 가장 컸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낯가림이 굉장히 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인데 주민들과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마을 속으로 한발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에요. 마을을 바라보는 시선도, 주민들과의 관계도 깊어져 기쁩니다."

  미디어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개인의 문제를 넘어 마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이 보이고 우리 나라가 보이고 세상을 돌보는 마음이 확장됐다. 류은덕 대표는 여전히 마을이 회복과 치유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마을의 공동우물터의 역할을 마을살림공작소가 담당하고 있다.

.

.

.

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0 마을공동체 온라인 미디어활동 지원 사업 안내
  • 사람향기 마을신문 8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5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4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7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