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② 문화마을넷 이규일 대표
상태바
[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② 문화마을넷 이규일 대표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19.12.26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 꿈꾸는 문화동 사람들"

-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마을신문
- 고령층 정보격차 심화 극복하자 제안에 호응
- "마을미디어는 이웃과 관계를 비추는 빛이다"

# 소소한 이야기로 소통의 물꼬를 트다

  대전팔경의 하냐로 꼽히는 보문산의 녹음(綠陰). 문화동 사람이라면 보문산의 선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이다. 마을의 동남쪽으로 우뚝 서 있는 산자락에서 마을 사람들은 삶을 위로받고 서로에게 의지했다. 1985년 문화1동과 문화2동으로 분동되기 전까지만 해도 문화동은 하나의 마을이었다.
  마을이 분리되면서 변화 속도에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산자락에서 멀어질수록 개발 속도는 빨랐다. 주민 연령도 낮아졌다. 2.16㎢ 면적에 2만3천여 명이 거주하는 문화1동이 주거와 쇼핑이 가능한 도심 속 마을이라면, 1.46㎢ 면적에 1만3천여 명이 거주하는 문화2동은 상업지구가 형성되지 않은 시골 마을과 다름없었다. 개발에서 소외되자 마을도 늙어갔다.
  행정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주민과 주민을 잇는 소통의 길이 막혔다. 2019년 6월 초 몇몇 주민들이 문화1동과 문화2동, 주민과 주민 사이 대화의 물꼬를 터보자고 뜻을 모았다.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소소한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였다. 행정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9년 6월 28일. 문화마을넷은 그렇게 단체의 깃발을 올렸다.
  주민과 주민을 이을 매개로 선택한 것은 신문이다. 마을신문 제작 경험이 있는 이규일 대표가 신문 발행을 위한 단체 설립을 주도했다. 개인의 이익을 배제하고 지역이 행복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도록 돕겠다는 운영 규정도 마련했다.
  이규일 대표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마을을 선물하려면 어른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마흔에 막등이를 얻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주변 돌아보는 일에 무관심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커지자 고령화와 저출산, 주차문제와 낮은 경제 자립도, 마을을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문화마을넷이 문화마을신문을 창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였다. 소통의 울꼬를 트고 대화의 길을 넓히다보면 자연스럽게 여론도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 수평적 의사결정, 신문의 주인은 '주민'

  문화마을넷 구성원들은 신문을 창간하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초등학생 시각으로 지역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과 민주적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이었다. 어른들의 판단보다 아이들의 평가가 합리적일 때가 많았다. 주민들은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의 시선에서 마을을 바라보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 초등학교에 학생들의 투고를 권유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찾아 마을신문 발행 취지를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제나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주민의, 주민에 의한 마을 신문 발행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문화마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주민은 족히 100명이 넘는다. 운영위원만 30명 정도. 회원이면 누구나 밴드를 통해 신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발전방안을 조언할 수 있다. 실무진은 15명 수준. 오랜 봉사활동으로 신망이 두터운 주민들 이 손을 잡았다. 저마다의 네트워크가 있다 보니 정보 전달도, 이슈를 공론화 하는 속도도 빨랐다.
  수평적 의사결정은 갈등 요소를 사라지게 했다. 문화마을넷은 주민들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를 신문의 어떤 지면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아이디어를 기록한 용지를 잘라 각자 원하는 지면에 놓게 했다. 다수 의견을 존중하다보니 잡음이 줄었다.
  문화동 마을미디어의 탄생은 문화1동과 문화2동 사이에 놓인 문화적, 정서적 격차에 다리를 놓는 사건이었다. 또한 지역 사회 이슈를 주민 스스로 발언하게 하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창간호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대표 이슈로 다뤘다. 개선이 필요한 현안문제를 발굴하고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신문 발행에 참여하는 최고령자는 70대.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의 안목은 신문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최근 문화마을넷 구성원들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유공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삶의 격차, 세대 간 격차를 허물고 어울릴 수 있는 공유공간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 마을미디어는 세상을 비추는 빛이다

  문화마을넷 구성원들은 마을미디어를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표현한다. 마을에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는지 비춰주고, 문제를 조명하고, 가려운 곳을 찾아주고, 칭찬과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깊은 관심을 보낼 수 있도록 알려주기 때문이다.

  "처음 타블로이드 8면 선문을 6천부 발행한다고 했을 때,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았어요. 그게 가능하겠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하루 반나절 만에 배포는 끝났고 광고를 하겠다는 사장님까지 나타났어요. 관심이 뜨거웠죠."
  이규일 대표는 마을에 신문이 만들어지면서 문화1동과 문화2동, 주민과 주민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고 설명했다. 마을을 비추는데서 나아가 관계를 비추고 어제와 오늘, 내일까지 주목하게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희망도 품게 했다.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함께 꾸는 꿈'을 가능하게 했다. 이규일 대표는 "문화동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이 웃으면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마을미디어를 통해 주민 간 대화의 온도가 높아지고 소통의 씨앗을 뿌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마을신문의 지속가능성은 문화마을넷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렸다"면서 "창간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마을신문은 주민이 함께 만드는 신문을 지향합니다. 행정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주민이 마을의 주인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소통의 길을 내고, 수평적 의사결정이 탄력을 받으면 마을의 요구를행정에 반영하는 일도 쉬워질 겁니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상향식 언론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

.

.

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0 마을공동체 온라인 미디어활동 지원 사업 안내
  • 사람향기 마을신문 8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5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4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7월호
  • 사람향기 마을신문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