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③ 미디어도마달 이재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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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씨앗을 뿌리다 ③ 미디어도마달 이재현 대표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20.0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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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詩를 쓰며 마을을 새기다"

- 디카시 활동으로 주민들과 문화공감대 현성
- 현재와 오늘을 스토리텔링하는 '5행'의 매력
- 스마트폰을 들자, 마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

# 추억 가득한 살기 좋은 마을

  연자산과 도솔산을 따라 구릉과 평야지대로 이어진 대전 서구 도마동은 1970년대 말 행정동인 도마1동과 도마2동으로 분동됐다. 마을에 있는 산 모양이 도마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도마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마1동이 단독주택지역이라면 도마2동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전서부교육청을 비롯해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주거 여건이 좋은 곳으로 통한다.
  미디어도마달 이재현 대표도 마을을 사랑해서 부녀회장이 됐다.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최근엔 스마트폰까지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봉사가 아닌 추억 담기에 나섰다. 도마동의 중심인 도마·변동 8구역은 재개발 구역이다. 2020년부터 11구역도 개발된다. 도마동과 변동 일대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모두 7개 구역에서 대규모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살기 좋은 도마실, 기분 좋은 마실길’이 선정되기도 했다.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곳,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탈바꿈할 도마동의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모두에게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미디어도마달 이재현 대표에겐 마을의 어제와 오늘이 더 소중했다.

 

# 디지털 사진에 시를 더하면 감동

  추억을 담기 위해 선택한 도구는 스마트폰이다. 디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인 ‘디카시’를 기록 방법으로 선택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인 형상을 포착해 영상과 문자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뉴미디어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자리 잡았다. 변화하는, 변화될 도마동의 오늘을 디카시로 기록해야겠다는 결심은 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9년 7월 마을 구석구석을 사진과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해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로 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에도 좋았다.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개발이 예정돼 있는 마을, 구석구석 애틋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시선이 따뜻하니 사진에도 정감이 넘쳤다. 언젠가 사라질 것이 분명한 풍경은 사진으로, 시어로 아낌없는 위로를 건넸다. 60대 주부들의 눈에 비친 마을은 시간을 머금고 있었다.

 

 

  빛 고운 열매를 넉넉하게 내어주던 대추나무는 족히 30집이 나눠먹어도 좋을 만큼 풍성했다. 대추가 붉게 익으면 이웃들이 먼저 반겼던 추억을 회상하며 미디어도마달 차문순 사무국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재현 대표는 새롭게 단장한 벽화골목을 담았다. 석양으로 깊어진 담벼락 그림자가 마치 산을 닮았다. 폐지 줍는 노인의 낡은 리어카도 그늘에 앉았다. 이재현 대표와 차문순 사무국장은 마을의 부녀회장과 총무를 맡고 있다. 단체에서는 대표와 사무국장. 호흡이 척척 맞는 형님아우사이다. 두 사람은 디카시를 시작한 이후 사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미디어도마달 회원은 10명 정도.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마을을 대하는 회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 마을을 통해 어제의 나를 깨우다

  이재현 대표는 40년, 차문순 사무국장은 20년 도마동에서 살았다. 이재현 대표는 처음 도마동에 집을 짓고 이사 왔을 때를 잊지 못한다. 딸을 임신하고 있었다. 그 딸이 올해 마흔이 됐다.
“집에 얽힌 추억이 어마어마해요. 아무리 비가 새도 내 집이 최고에요. 오래되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더라고요. 어느 날은 자는데 입으로 물이 떨어져 지붕을 고쳤어요. 다음엔 지하실에 물이 차서 대대적으로 집수리에 나섰는데 큰돈이 들었어요. 사라질 집에 무슨 돈을 그렇게 쓴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는 소리에요. 집은 가족이에요. 집이 나와 가족들을 품고 돌봤던 것처럼, 나도 집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수리 전후 과정도 카메라에 담겼다. 기록은 곧 자녀들에게 공유됐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아프듯 집도 아픈 곳이 많았다. 모든 과정을 3남매가 지켜봤다. 어머니의 작업은 큰 지지를 받았다. 알게 모르게 나 홀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디카시에 함께 하면서 도마동 주민들의 집에 얽힌 사연도 더욱 풍성해졌다. 차문순 사무국장은 20년 전 둔산동에서 이사를 왔다. 지금은 어느 곳을 가도 아기자기 사랑스럽지만 언덕 위의 집으로 처음 이사 올 당시, 아이들은 왜 하필 달동네냐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함께한 세월이 쌓이면서 집도마을도 이제는 오롯이 추억으로 남았다.

  미디어도마달의 구성원들은 디카시 활동을 책으로 엮을 날을 꿈꾸고 있다. 더 많은 작품이 나와야 할 것이다. 평균연령을 낮춰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청년, 어린이도 가능하고 고령의 어르신도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삶이 깃든 집과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회원들은 이 사업을 마을 안에서 웃음을 짓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회원이 이런 시를 썼다. “그냥 웃어봐, 그럼 행복해져”
  주름 깊어진 어머니의 아름다운 미소를 사진에 담고 행복을 장담했다. 마을을 기록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진을 찍어봐, 시를 써봐, 행복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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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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