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험을 나누다 ⑥ 산성마을신문 이기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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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험을 나누다 ⑥ 산성마을신문 이기전 대표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20.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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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실험, 소통을 위한 마중물"

- 경제력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과의 관계
- 마을활동가는 컨설턴트 아닌 조력자
- 풀뿌리마을언론으로 주민자치역량 강화

 

# 지역사회에 확산시킨 나눔과 섬김의 문화

  대전시 중구 중남부에 위치한 산성동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중구의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이다. 오월드 건너 산서지역에 특히 농촌 마을이 많다. 중구에서 농사짓는 농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도 주민들은 비름나물, 부추, 호박과 콩을 재배하며 땅을 일구고 있다. 농협 조합원이면서 복지만두레 회원으로 활동해온 산성마을신문 이기전 대표는 주민들과 만나는 일이 잦았다. 마을의 경로당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덕분에 산성동과 사정동, 안영동 지리와 정보에 밝았다. 복지만두레란 전통적 미풍양속인 상부상조 정신과 현대의 참여 복지 정신을 합성한 말이다. 지역사회에 나눔과 섬김의 문화를 확산시켜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민참여네트워크다.
  이기전 대표가 산성동으로 이주한 것은 1991년이었다. 꽃가게를 열고 복지만두레 활동을 하며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회장을 4년이나 역임하고 총무도 맡아 봉사했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마을에 대한 기록이 궁색하다는 것이다. 중구 전체 면적의 67%를 차지하는 산성동에는 대전 오월드를 비롯해 뿌리공원과 효문화마을, 권희진 묘역과 단재 신채호 선생 탄생지가 있다.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한 소재가 풍성했지만 주민들의 관심은 적었다. 마을의 역사자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마을신문의 존재를 알게 됐다. 산성동에도 신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가 마을신문을 하려고 그동안 이런 훈련을 받았던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복지만두레를 하면서 일찍부터 마을을 만났기 때문에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주저함이 없었어요.”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2016년 기자학교를 열고 그해 9월 산성마을신문을 창간했다. 초창기 신문은 내용적으로 알찼다. 경제, 사회, 교육, 마을이야기, 사람, 지명이야기까지 11개 법정동을 모두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었다. 자부심도 컸다.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 바로 개선됐다. 게다가 예산 지원도 받지 않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현재 산성마을신문에는 7명의 시민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교 저널리즘 동아리, 공무원들이 기고를 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신문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주민들을 만난다. 지면은 초기 8면에서 4면으로 줄었다.
  30년 동안 꽃가게를 운영해 온 터라 마을 구석구석 아는 이웃이 많았다. 마을신문을 소중하게 여기는 주민들은 제작비에 보태라며 후원금을 보냈다. 그동안 마을 탐방지도를 만들고(2017) 탑골마을에 탑을 복원(2018)하면서 신문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쳤다. 올해 산성마을신문은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지원받아 마을 자생단체 네트워크 형성사업을 진행했다. 산성전통시장 상인회와 협력하는 한편 산성마을 예비공동체를 구성해 단체 활동을 기사화하고 마을축제와 전통효문화 및 전통전래놀이를 주제로 마을 활성화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주민의 의견을 모아 마을을 기록하고 알리는 작업에 집중했다.

 

# 산성마을의 거점 공유공간을 준비하다

  이기전 대표는 올해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거점 공유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간이 마련되면 마을신문 사무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사업 아이디어도 넘친다. 11개 법정동 지명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해 기록물이 쌓이면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유공간이 마련되면 생활공예에 능숙한 어르신들과 일반 주민, 아이들이 만나는 접점도 마련하고 싶다. 어르신들과 함께 여치 집을 만들고 장승을 깎고 새끼를 꼬고 솟대를 만들면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산성동에 흩어진 문화자원을 엮어 마을공정여행도 진행하고 싶다.
  돌아보면 아이디어가 없어 힘든 적은 없었다. 관계와 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누군가의 빈자리는 또 다른 주민들로 채워졌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오로지 신문에만 충실하려 한다는 이기전 대표는 지금도 신문 나오는 날이 가장 설렌다. 선택과 집중, 양보다 질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풍요의 기준이 경제력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를 자산으로 본다.
“원도심에 사는 사람이 신도시 사람들보다 덜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에요. 경제적으로 잘 살아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 때 행복해지는 거잖아요. 원도심 주민들도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공유공간이 마련되면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다. 마을주민들이 행복해지는 실험 실습실로서의 공간에서 마을활동가는 컨설턴트가 아닌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기전 대표의 생각이다. 여전히 그는 마을의 촘촘한 소통과 변화를 위해 마중물을 붓고 있다. 보람 있는 활동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엔가 쿨럭쿨럭 생산적인 펌프질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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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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