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을을 넘어 공동체로 ③ BOSHU 권사랑 대표, 서한나 편집장
상태바
[인터뷰] 마을을 넘어 공동체로 ③ BOSHU 권사랑 대표, 서한나 편집장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20.01.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 여성 청년의 삶을 주목하다"

-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는 공동체 지향
- 언론과 예술 접점에서 사회적 약자 권리 보장
- 지역, 청년, 여성, 장애 등 다양한 주제 다뤄

# 공통의 관심사로 묵인 커뮤니티 공동체

  보슈매거진(BOSHU MAGAZINE)은 2014년 봄에 창가한 대전의 청년 잡지 이름이면서 단체 이름이기도 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글을 쓰고, 사진 찍고,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모여 잡지를 만들었다. 대전 청년 잡지의 무게중심이 여성으로 바뀐 것은 2016년부터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보면서 팀원들 대부분이 심각한 우리 사회의 여성 폭력 문제를 주목하게 됐다. 이때부터 보슈매거진은 여성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청년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우리의 삶을 입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우리는 지방에 살고 있는 청년이고 여성입니다.”

  서한나 편집장은 보슈매거진이라는 단체를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감각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다’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다. 이후 줄곧 글을 써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카이스트와 충남대, 배재대에 페미니즘 동아리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서로 연대하자는 취지로 2019년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에 젠더팀이 꾸려졌다. 이곳에서 여성 청년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여성을 뜻하는 WOMAN과 MEDIA를 결합한 ‘보슈 위디어(BOSHU WEDIA)’는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동안 여성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2018년부터 FC우먼스플레잉이라는 유성구 기반의 여성스포츠커뮤니티를 만들었고, 2019년에는 ‘비혼후갬’이라는 여성청년공동체를 만들었다. 운동할 기회가 적은 여성들을 위해 축구팀을 만들고 여성 주짓수팀을 꾸리면서 여성청년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다. 처음엔 모두 원데이 클래스였다. 수요가 늘고, 호응이 높아지고, 카이스트 여성주의연구회 ‘마고’가 적극 제안하면서 여성축구팀이 정규팀으로 만들어졌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축구팀을 거쳐간 인원만 80명은 됐다. 이슈에 따라, 관심에 따라 여성들은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했다. 보슈매거진이 생각하는 마을도 이런 것이었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그들로 인해 마을은 견고해지기도 했고 새롭게 거듭나기도 했다.
“물리적인 마을로 엮여 있는 게 아니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며 비슷한 생활권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여성청년들이 이 커뮤니티 덕분에 대전에 애정이 생겼고 이곳에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됐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한나 편집장은 여성청년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마을공동체’가 이러한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올해 보슈매거진은 지방, 청년, 여성, 장애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 있는 대전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여성이슈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매체가 유튜브라고 생각했다. 더 유용한 미디어가 있는데 잡지만 고집하는 게 마땅한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콘텐츠만 제작하던 방식에서 뉴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을 만나는 과정에도 의미를 두게 됐다.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새로운 실험을 가능케 했다.

 

# 우리는 대전에 사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여성 청년 1인 가구, 여성 청년 커뮤니티, 여성 청년 스포츠 문화 등 2016년 이후 전국적으로 페미니즘 이슈가 뜨거운 만큼 지방에 살고 있는 여성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이입하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권사랑 대표는 여성공동체를 주제로 단행본을 제작하는 사업과 여성 커뮤니티를 주제로 유튜브를 제작하는 두 가지 방식의 사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2030세대 여성들이 대상이다. 우선 마을 기반으로 형성된 여성 청년 커뮤니티와 함께 직접 유튜브를 제작했다.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기반 유튜버와 함께 별도의 채널을 개설해 지속적으로 영상콘텐츠를 업로드할 계획이다.
“대전에 거주하는 여성 청년들이 방송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즐기고,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서 어울리면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권사랑 대표는 2018년부터 보슈매거진이 운영해온 마을 기반 여성 청년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여성 청년 대부분은 가치관이 맞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대전에 대한 애정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여성 청년들의 원하는 마을공동체는 이런 것이었다. 관계 맺기를 통해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결심을 했다. 유튜브는 마을 기반 여성 커뮤니티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도 마련해줄 것이다. 유튜브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 15회의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카메라와 영상 촬영, 편집, 오디오 학습,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채널 만들기, 콘텐츠 업로드까지 여성의 눈으로 지역과 청년, 여성과 소수자 문제를 발언하기 위한 기술을 익혀다. 유튜브가 활성화되면 독자 커뮤니티와도 결합해 마을 청년들이 콘텐츠 제작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다.

  보슈매거진의 멤버는 모두 6명. 이 가운데 3명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여성청년 70명이 후원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잡지는 비정기적으로 나왔다. 계간지를 표방하지만 적게는 1년에 1권을 낸 적도 있고 3권을 낸 적도 있다. 통권 11호인 2018년 겨울호 주제는 여성의 몸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라는 제목은 분노의 다른 표현이었다. 여성 청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성인물특집호였던 10호에서는 ‘방어흔으로부터’라는 표제를 내세웠다. 여성은 누구나 방어흔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 시작된 주제였다. 10대부터 80대까지 세대별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방어흔의 경험을 화보와 인터뷰로 소개했다. 2018년부터는 성매매 이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지역 인권단체 ‘여성인권티움’과 함께 반성매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전역 뒤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 옥상에서 영화제도 개최했다.

 

# 부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누군가 왜 여성만 다루느냐는 질문에 보슈위디어팀은 주저하지 않고 답한다.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 청년은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충남대 연구교수가 여학생 화장실을 불법 촬영하고, 지역의 방송국은 오래 보면 질린다는 이유로 여성 아나운서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여전히 남자들은 끌어주기나 배제하기 전략을 통해 간부가 되고 있고, 똑같은 인간인데도 여성은 고용상황, 노동권 모두 안정적이지 않아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있죠. 보수적인 지역을 전쟁터라고 말하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여성 청년을 약자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보슈위디어가 다뤄온 여성 이슈는 1인칭 시점이 아니다. 부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2018년 6월 페미니즘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제목이 ‘부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뒤 글쓰기’이다. 여성이 여성적 시각으로 여성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는 목표로 10주차 연속강연을 진행했다. 부감의 시선으로 보면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 이후, 유튜브라는 새로운 소통 채널이 만들어진 이후, 보슈 매거진의 활동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구독자 중심의 소통에서 한발 나아가 전국의 여성단체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던 전국의 단체들이 지역, 청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해달라고 초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보슈매거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비혼여성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적인 마을을 이루고, 필요하다면 비혼여성을 위한 사회주택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함께 모여 살면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 나의 교감을 기반으로 관계를 맺는 공간이 마을이라면, 유목민 같은 삶을 사는 청년들에게도 마을 만들기는 가능할 것이다. 보슈위디어가 생각하는 마을은 무엇이고, 마을미디어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연약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끈끈한 관계, 그게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거미줄처럼 말이죠. 미디어는 효자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 여성 청년의 언어로 기성 언론은 다루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공감을 얻는 과정이니까요. 작은 미디어일수록 유리하겠죠.”

.

.

.

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전마을미디어, 친해지길바래!] 풀뿌리 마을미디어 1차 네트워크 모임 후기
  • 시니어를 위한 마을 신문, '태평마을 사람들' 16호가 발간되었습니다!
  • 천동초 선별진료소 설치 1천여명 검사 진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