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험을 나누다 ⑧ 판암골소식 까사이 유끼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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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험을 나누다 ⑧ 판암골소식 까사이 유끼꼬 편집장
  • 대전마을미디어
  • 승인 2020.01.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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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주민을, 주민은 마을을 움직였다"

- 4단지와 5·6단지 사이에 놓인 벽 허물기
- 지역사회복지관의 지원으로 140호 발간
- 마을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 없더라

# 화끈한 나라에서 만드는 따뜻한 신문

  판암골소식의 까사이 유끼꼬 편집장은 한국으로 시집와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매운맛을 좋아하고 무엇이든 빨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은 화끈한 나라,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은 미지근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성격도 바뀌었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답변을 들을 때면 답답함을 참기 어렵다. 분명한 것을 좋아하게 됐다. 마을미디어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판암골소식 기자로만 12년을 일했다.
“벌써 그렇게 됐네요. 2007년부터 했으니까.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소개하는 ‘유끼꼬 기자의 한국생활일기’도 12년 동안 썼어요. 6년 정도 지났을 때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제가 궁금해서 지금도 나오고 있어요.”
  12년 동안 신문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던 힘은 변화였다. 인터뷰를 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주민들이 움직이면 마을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언제부터인가 마을미디어는 주민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오랜 기간 연재하고 있는 한국생활일기를 읽고 감동받았다면서 손편지를 써준 독자를 잊을 수 없다. 한국과의 인연은 필연이었다. 몸이 아팠을 때 종이학 1천 개를 접어 쾌유를 기원했던 남편의 사랑에 감동 받아 한국으로 시집왔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첫째와 둘째, 중학교를 다니는 막내를 키우고 있다. 미디어가 가져온 마을의 변화에도 감동했다.
  2017년부터는 편집장을 맡고 있다. 다섯 명의 어른기자와 다섯 명의 어린이기자들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교정교열에 참여하면서 최근 140호를 발행했다. 신문이 나오자마자 진행하는 평가회의와 다음 호 편집회의는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판암2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슈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저소득밀집 주거지역 내 갈등을 주목하다

  판암골소식은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 처음 신문이 만들어질 때도 복지관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 저소득밀집 주거지역 내 일반 주민과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꺼내든 매개가 마을미디어였다. 주민들 간에 소통의 길을 내면 현안을 해결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할 거라 생각했다. 지역 복지공동체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의 주민들은 이웃들에게 높은 경계심을 보였다. 마을 문제에는 무관심했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특히 직업, 소득, 교육, 생활 및 문화적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의식을 극복하지 못했다.
  “판암골소식을 발행하는 목적 중에는 4단지 주민들과 5·6단지 주민들을 사이좋게 만들려는 뜻도 있어요. 마을신문을 통해서 다양한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함께 캠페인도 하고 행사를 하다 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생길 거라고 본 거죠.”
  주민들이 함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면 마을에 대한 소통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이 올해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판암골 미디어센터’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디어를 활용한 주민 소통과 공동체의식 향상을 기대하고 시작했다.
  현재인들은 수많은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지만 빈번하게 접하는 미디어에 내가 사는 마을의 소식은 없다. 주민 스스로 앵커가 되고 기자가 되어 마을 소식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올해 마을미디어 기본교육과 라디오 제작실습, 팟캐스트 교육을 진행했다.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문과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직접 지역의 이슈를 발언하도록 했다.

 

#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기사는 당사자의 시선이었을 때 많은 공감을 얻었다. 휠체어를 타는 주민기자가 있었다. 글씨 쓰는 것이 어려워 주로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 고발성 사진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직접 마을의 편의시설을 점검했다. 어느 날은 우체국을 갔는데 경사로가 없었다. 계단뿐인 우체국을 고발한 이후 슬로프가 만들어졌다. 휠체어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발한 숱한 사진 기사들이 마을의 변화를 앞당겼다. 기자의 이름은 김자현. 열심히 마을 변화에 앞장섰던 그는 이제 없다. 김자현 기자는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까사이 유끼꼬 편집장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마을을 변화시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 즈음 마을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판암골소식에서 주민 인터뷰를 다뤘다. 한두 사람의 목소리가 마을의 목소리로 커지자 기대는 현실이 됐다. 지금의 무지개도서관이 그 성과다.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구조로 마을을 돌보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미디어를 통해 마을의 문제를 이슈화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이 단순한 서비스 수혜자가 아닌 마을의 당사자로 거듭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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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2019 대전미디어를 개합니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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