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지하. 팝업스토어에 들어서자마자 기묘한 괴담의 세계가 펼쳐졌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음과 함께 ‘슬픔역’을 지나는 순간, 창문을 두드리는 피투성이 손이 관람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불 꺼진 편의점에서는 호출 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벽면은 섬뜩한 붉은 문양과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비로소 참았던 숨을 몰아쉴 수 있는 이곳, 바로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소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하는구나(이하 괴담출근)’를 모티브로 한 ‘어둠탐사기록 : 살아남은 자의 기록전’ 현장이다.

몰입형 체험으로 진화한 웹소설 IP

지난 26일 막을 올린 이 전시는 단순한 삽화 감상을 넘어선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소설 속 주인공 김솔음처럼 팝업스토어 룰렛을 돌리며 전시에 입장하게 된다. 작중 배경인 ‘심연교통공사’의 지하철부터 주인공이 속한 백일몽 주식회사 사무실, 그리고 옛 TV 퀴즈쇼 세트장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어둡고 좁은 복도를 8~10명이 한 조가 되어 이동하는 방식은 공포감을 극대화하며, 곳곳에 배치된 연기자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긴장감을 더한다.

전시 공간에는 원작 팬들을 위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안녕 교통정보’ 방송이나 등장인물들의 별칭이 붙은 퀴즈쇼 단상 등은 독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몰입감 덕분에 ‘괴담출근’은 현재 웹소설 및 웹툰 업계에 불고 있는 괴담 열풍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데못죽)’의 백덕수 작가가 집필한 이 작품은 연재 5일 만에 밀리언페이지를 달성하고 누적 조회수 2억 4천만 회를 기록하는 등 막강한 팬덤을 자랑한다.

밤샘 대기 줄과 굿즈 열풍

팬덤의 열기는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증명됐다. 전시 첫날 오전에만 25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으며, 전날 저녁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오픈런’ 행렬이 현대백화점 외관을 길게 둘러쌌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관람객 1인당 평균 20만 원에서 25만 원 상당의 굿즈(기획 상품)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다란 장바구니에 상품을 쓸어 담거나 한정판 피규어 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은 이 콘텐츠가 가진 강력한 구매 전환력을 보여준다.

회복세 뚜렷한 방한 관광 시장과 중국의 귀환

국내 유통가가 강력한 콘텐츠 IP를 앞세워 내수 소비를 이끌어내는 동안, 항공 및 관광 시장에서는 외국인 방문객의 귀환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국제선 항공 트래픽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전체 트래픽 증가세보다 방한 방문객 수의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을 찾는 관광 수요 자체가 매우 견고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회복세의 중심에는 다시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이 있다. 한동안 순위권에서 밀려났던 중국 시장은 다시금 한국의 최대 방문객 유입원으로 자리를 되찾았다. 비록 아직 2019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으나, 최근 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한국이 대안 여행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행 국제선 수요를 추가로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편되는 항공 시장의 판도

국제선 수요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항공 업계의 지형도 또한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두 대형 항공사와 자회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LCC들은 대형 항공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넓혀가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 시장은 내부적으로는 킬러 콘텐츠를 통한 소비 활성화가, 외부적으로는 중국인을 필두로 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맞물리며 활기를 띠고 있다. 비록 국제선 트래픽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로 안정화되는 추세지만,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수요는 여전히 건강한 상승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