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화 실험, 일시 중단

한국은행이 추진 중이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참여 은행들에 디지털 통화 실험에 대한 논의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디지털 원 도입 계획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또한 올해 4분기로 예정돼 있던 디지털 원 파일럿 2단계 준비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디지털 통화의 생성, 발행, 유통 등 기본 기능을 중심으로 한 1단계 시범 테스트를 완료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디지털 원 개발 가능성을 검토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발행 계획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전환

CBDC 프로젝트가 중단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간 점이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며, 자기자본 5억 원(약 37만 달러) 이상인 기업이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한국은행 류상대 수석부총재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는 규제를 받는 은행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과거 테라와 루나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수 있다. 당시 루나 폭락으로 인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5천억 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흐름과의 비교

한국이 CBDC 시험을 중단한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이미 디지털 통화를 공식 발행했다. 바하마, 자메이카, 나이지리아는 자국 통화를 디지털화해 사용 중이다. 반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육성하려는 분위기다.

한편,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원은 최근 ‘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하원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치본드 투자 제한 해제

한국 정부는 외환 유동성 확보를 위해 14년간 유지해 온 ‘김치본드’에 대한 국내 기관의 투자 제한도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를 통해 외화표시 국내 발행 채권인 김치본드를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외환시장 안정화와 함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한국 금융기관들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외화 유동성 확보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