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해발 591.1m 대암산 정상에 발을 디뎠다. 산불 감시 망루가 서 있는 뻥 뚫린 공터 끝 낭떠러지로 다가가니 맞바람을 가득 안고 뛰어내린 패러글라이더들이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비행 너머로 시선을 던지자 기묘하고도 압도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월봉을 시작으로 태백산, 천황산, 미타산, 단봉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거대한 세숫대야처럼 넓은 들판을 둥글게 에워싼 형상이었다. 한반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공식 인증을 받은 운석충돌구, 바로 ‘적중·초계 분지’의 맨얼굴이다.

우주를 떠돌던 별똥별 무리 중 타다 남은 지름 200m 크기의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이 땅에 내리꽂힌 건 대략 5만 년 전의 일이다. 지표면과 충돌하는 순간 발생한 에너지는 무려 1400메가톤. 1945년 히로시마를 잿더미로 만든 원자폭탄 위력의 8만 7500배에 달하는 파괴력이었다. 그 끔찍한 충격에 지표면은 속절없이 찢기고 밀려나 거대한 구덩이를 파놓았다.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온 물은 수심 70m의 호수를 만들었고, 가장자리로 밀려난 흙과 바위는 동서 6~8km, 남북 4km에 이르는 거대한 타원형 산맥을 이뤘다. 까마득한 옛날 지구로 날아든 우주의 흉터가 경남 합천 땅에 선명한 지문으로 남은 셈이다.

이처럼 우주는 행성의 지형을 통째로 뜯어고칠 만큼 파괴적이고 아득한 미지의 세계다. 흥미롭게도 같은 경남 지역에서, 5만 년 전 별이 남긴 날것의 흔적을 뒤로하고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직접 우주를 감각하고 뛰놀 수 있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문을 열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팔룡공원 내에 새롭게 둥지를 튼 ‘밤골여울마당 어린이 테마체험관’이 그 무대다. 19억 5천만 원을 투입해 1,725제곱미터 부지 위에 세워진 이 실내 놀이 공간은 가상현실(VR)과 인터랙티브 기술을 버무려 아이들을 순식간에 지구 밖으로 안내한다. 과거의 우주가 경외와 파괴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우주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펌프질하는 정교한 디지털 놀이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체험관 내부는 크게 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지구존’이 VR 스포츠와 가상 체육 활동을 통해 몸을 부딪치며 현실의 물리법칙을 익히는 곳이라면, ‘우주존’은 트램펄린과 환경 테마의 인터랙티브 전시를 엮어 무중력 상태를 상상하며 뛰놀게 만든다. 스크린 속 우주를 유영하듯 땀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합천의 운석 구덩이가 품은 무거운 침묵과는 사뭇 대비되는 경쾌한 활력을 띤다.

지난 5월 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이 체험관은 4세부터 1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아이들이 몰려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전과 오후로 세션을 쪼갰고, 시범 운영 기간에는 회차당 입장 인원을 20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창원시 누리집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다.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일반 공휴일은 푹 쉬지만 어린이날만큼은 예외로 문을 활짝 연다.

5만 년의 간극을 두고 경남이라는 하나의 시공간에 새겨진 두 개의 우주. 거대한 운석이 남긴 아득한 상흔 위를 걷다가, 최첨단 센서가 빛나는 가상 공간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우주를 마주하고 감각하는 방식은 어쩌면 이토록 아찔하면서도 꽤나 다정하게 진화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